나
시작은 검은 뱀이었다.
정고양
2021. 8. 13. 18:30
검은 뱀에게 물리는 꿈을 꿨다. 종아리에 철썩 달라붙어서 검은 뱀니로 콱 한번 물고 도망갔다. 꿈 속에서는 징그럽지 않았고 기분이 더러워서 믿거나말거나 꿈해몽을 찾아봤다. 길몽이라는 사람도 흉몽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재물이 많이 들어올거라는 길몽일거라 믿고 싶었다.
시작은 그동안 아는체 한번 하지 않았던 외가친척 남동생의 뜻밖의 연락에서부터였다. 엄마 백신예약을 도와주던 날 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무음이어서 미처 받지 못했고 문자로 누나 미안한데 바쁘냐고 물었다. 내 촉은 희한하게 날카로울 때가 있다. 워낙 재워달라, 돈 빌려달라 전적이 화려한 아이라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덕분에 이번에 토스 끝나고 구하기 시작하려던 알바를 빨리 구하기 시작했다. 정작 근무가능요일은 28일부터인데.
희안하게 나이를 먹어서인지 면접을 많이 보고 다녀서인지 안 붙을 곳은 느낌이 오고, 업무환경이 좋지 않은 곳은 느낌적으로 쎄하다.
면접을 볼 때 질문하는 사람은 자신이 갑이라고 인식하는 전제 하에서 질문을 한다. 나를 어림잡아보려는 수많은 질문들을 받다보면 조금 더 정중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면접 한번 보고 왔는데 온몸에 기가 싹 빠지는 면접이 있고, 자신감이 붙는 면접이 있다.
질문하는 사람은 갑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 갑이라는 상대적인 위치에 기대어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